서문
우리 일터의 일상은 성과 관리의 연속입니다. 그래서 성과에 대한 수많은 이슈들과 당면하며 씨름하고 해결하며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우리가 성과 문제에 봉착했을 때, 가장 익숙한 처방 중 하나는 바로 교육입니다. 영업실적이 하락하고 있다고요? 우리는 대부분 영업부문 교육에 들어갑니다. 불량률이 상승 했다고요? 회사는 조만간 생산관리 교육에 착수합니다. 직원들의 이직률이 올라간다고요? 조직은 핵심가치 및 조직문화 교육을 주문하곤 합니다. 지난 수십년간 우리는 그렇게 성과 향상을 꿈꿔 왔고, 이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조직내 교육HRD, Human Resource Development부서를 향하여, “제발 조직의 전략적 파트너가 되어 보렴!”이라고 다그치기도 합니다. 이쯤에서 우리는 기존에 열심히 해오던 방식의 성과 관리나 교육체계를 멈추고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성과 문제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조직 구성원들의 역량 결핍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슈이며, 다른 하나는 역량 외적인 요인(업무 절차상의 문제, 불명확한 목표 설정, 잘못된 업무 지침이나 정보 공유, 시장요인, 기타 등등)으로 말미암은 이슈입니다. 그렇다면 확률적으로 두 가지 요인 중 어느 쪽이 우리의 일상에서 보다 많은 성과 문제를 야기하고 있을까요? 특히 높은 교육열을 가진 대한민국의 조직에서 말입니다. 예상한 바와 같이 실제 성과 문제를 초래하는 대부분의 원인은 직원들의 역량 외적인 요인이 차지하는 부분이 훨씬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성과 문제 해결방안을 강의식 교육에 치중하며 문제의 개선을 소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그 동안 열과 성의를 다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지만 기대만큼의 성과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진단 없는 처방으로 인해 인과관계가 형성되지 않아 바쁘기만 하고 영양가 없는 일종의 비지워크 busywork들을 계속해 왔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70:20:10 모델은 성과에 초점을 둔 일터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영국의 석학 찰스 제닝스Charles Jennings와 네덜란드의 저명한 저술가이자 컨설턴트인 요세 아레츠Jos Arets, 비비안 하인넨Vivian Heijnen이 그간의 연구와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훈련 거품the training bubble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이러한 교육훈련 만능주의에 빠져있는 기존의 인재육성 전략 및 성과 관리 방안들에 대해 경종을 울리며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인재육성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70:20:10 모델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저자들에 따르면 교육훈련 중심의 형식학습formal learning은 학습자로 하여금 문제 해결에 단일한 관점을 채택하게 만들 뿐 아니라, 어렵사리 학습한 지식과 기술들을 교육 후에 일터로 복귀하여 전이시켜 발현하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 단계도 복잡합니다. 반면, 무형식학습informal learning과 소셜러닝social learning은 관점 채택의 폭도 넓고, 학습 중 또는 학습 후 일터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발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경영 환경의 빠른 변화에 대처하기에 용이합니다. 강의식 학습을 통해 피동적으로 알게 되는 것을 knowing, 일을 통해 현장에서 배우는 것을 doing, 소통하고 교류하는 과정에서 터득하는 것을 sharing이라고 본다면, 우리는 주로 knowing을 전통적인 학습의 영역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선행 연구들에서 밝혀졌다시피 성인학습자들의 학습 내용은 무형식학습 등의 learning by doing이 약 70%, 소셜러닝 등의 learning by sharing이 약 20%의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전체 학습의 10%에 해당하는 형식학습이 아닌, 90%에 해당되는 무형식학습과 소셜러닝에 집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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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70:20:10을 염두에 두고 HRD 전문가들이 실천해야 할 새로운 역할을 제시하였는데, 성과 문제 분석가Performance Detective, 성과 개선 설계자Performance Architect, 성과 창출 개발자Performance Master Builder, 성과 변화 주도자Performance Game Changer, 성과 결과 추적자Performance Tracker로서 5가지 역할이 그것입니다. 이는 전통적인 HRD 수행 절차로 애용되어 온 분석Analysis, 설계Design, 개발Development, 실행Implementation, 평가Evaluation의 ADDIE 모델에 기반하여 진일보한 형태이기에 더욱 흥미로우며, 책의 본문에서 구체적으로 소개될 역할들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성과 문제 분석가의 역할입니다. 성과 문제 분석가로서 HRD 전문가는 마치 탐정이 단서를 찾아 범인을 밝혀내듯, 조직의 성과 문제를 규명하고 그 원인을 찾아내야 합니다. 성과 문제의 원인 분석 없이 무조건 형식학습을 처방하던 오류를 방지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첫 단추이며, 목표 성과와 현재 성과의 차이gap를 명확히 인식하고 조직에 알리는 역할도 수행해야 합니다.
둘째, 성과 개선 설계자의 역할입니다. 성과 개선 설계자로서 HRD 전문가는 교육업체나 강사가 제공하는 교수학습 방식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성과 개선을 위한 전체 관점에서 ‘100’을 설계하고 이를 70과 20, 그리고 10의 순서로 솔루션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솔루션이 성과와 직결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셋째, 성과 창출 개발자의 역할입니다. 성과 창출 개발자로서 HRD 전문가는 협업과 공유, 집단지성의 창출이 내재화된 콘텐츠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특히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교육훈련에 참가하게 될 학습자, 참가했던 학습자, 교육훈련의 성과를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학습자의 상사 등과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넷째, 성과 변화 주도자의 역할입니다. 교육훈련 실행 단계에서 성과 변화 주도자는 더 이상 출결을 관리하고 다과를 준비하는 수준의 과정 운영자가 아닙니다. 종전에 형식학습에만 치중하던 때에는 학습자와 강사의 교수학습 효율성을 높이는 데 관심을 갖다 보니 교육훈련의 성과에 집중하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성과 변화 주도자로서의 HRD 전문가는 성과 향상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직접 개발하여 학습자들에게 적용하고 교육훈련의 성과가 조직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선도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평가 단계에서 성과 결과 추적자의 역할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성과 문제 분석가로서 밝혀놓은 목표 성과와 현재 성과의 차이가 70:20:10 솔루션을 통해 얼마나 해결되었는가를 중점적으로 검토합니다. 과거에 평가자로서 HRD 전문가가 학습자의 만족도, 학습성취도, 현업적용도 등을 제한적으로 보고함으로써 경영진의 주요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한계점을 노출시켰다면, 성과 결과 추적자는 성과 차이의 감소를 입증함으로써 경영진의 기대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종종 현대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표현합니다. 우리의 인재육성 전략 및 성과 관리 방안도 19세기 강의실에서, 20세기 강사들이, 21세기 직원들을 육성해 온 건 아닌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에서 제시하는 70:20:10 모델은 독자들과 함께 새로운 HRD 패러다임을 모색함으로써 조직의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HRD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드릴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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